오늘 우리는 참담한 심정으로 다시 이 자리에 섰다. 지난해 12월 한동대에서 열린 페미니즘 강연 이후에 학생 한명이 무기정학을 당했다. 그 과정에서 무기정학 학생에 대한 인격 살인이 시작되었다. 일부 교수들은 학생 실명을 공개하고 성적 지향을 문제 삼으며 기독교 학교에 암적 존재로 치부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동안 지역여성시민단체는 ‘한동대학생 부당징계 철회 공동대책위’를 구성하고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 진정 결과도 1년이 다 돼가지만 아직도 결론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다.
피해 학생에 대한 아웃팅과 인권 침해가 계속되었지만, 국가인권위 결과가 곧 나올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6월 교육부 항의방문을 진행했다. 하지만 교육부나 국가인권위의 적극적 중재를 기대할 수 없었던 한동대 공대위는 피해 당사자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의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구지부 소속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하고 지난 8월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명예훼손에 대한 첫 재판이 오는 11월 8일에 열린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일부 기독교들의 문자 메시지를 통해서이다.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의 실명과 특정 성적 지향을 밝히면서 “작년 한동대의 좌파 성향이 짙은 동아리에서 페미니즘 작가를 불러 강연회를 열어 무기정학 징계했다. 잘못을 인정하면 용서해주겠다고 했는데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다. 민변에서 10명의 변호사가 이 학생을 위해 변호인단을 구성했다고 한다. 요즘 법조계가 너무 편향돼 기도가 많이 필요하다. 만약 재판에 지게 되면 이제 하나님의 대학 한동대에서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나도 막을 수가 없다. 기독교 대학 안에 더 이상 음란이 퍼지지 않도록 기도 부탁드린다”라고 했다. 이 문자는 모바일 메신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됐다. 일부 목사와 신학대학 교수도 이 내용을 복사해 퍼뜨렸다고 한다. (경향신문, 2018년 11월 2일 금요일 보도)
현재 무기정학 피해 학생의 친척들이 다니는 교회에까지 해당 문자가 전해져 가족들까지 2차 3차 피해가 이뤄지는 등 개인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를 넘어 종교라는 이름의 인격 살인이 이뤄지고 있다.
도대체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마녀 사냥처럼 단두대에 올라 처형이라도 당하길 바라는가? 개인의 성적 지향을 유포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범죄 행위 임에도 종교라는 이름의 폭력은 계속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있다. 이번에 한동대 무기정학 학생과 관련한 내용도 가짜뉴스가 진짜처럼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이에 ‘한동대학생 부당징계 철회 공대위’ 는 문제 해결을 위해 다음과 같이 강력히 촉구한다.
하나, 전국의 일부 교회와 선교단체를 중심으로 유포되고 있는 한동대 무기정학 피해 당사자와 관련한 가짜뉴스와 인격 살인을 즉각 중단하라
하나, 한동대학교는 한때 대학교의 구성원으로 학교 생활을 했던 무기정학 당사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주길 바란다
하나, 한동대학교는 이번 부당징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학생에 대한 명예훼손을 즉각 중단하고 공개 사과 하라
하나, 국가인권위원회는 한동대 진정건에 대해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즉각적인 결정을 내려줄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하나, 교육부는 한동대가 자행한 자율적인 동아리활동에 대한 부당 징계를 시정하고 한동대에 의한 학생 인권침해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엄중한 조처를 취하라
하나, 정부와 수사당국은 한동대 학생에게 SNS를 통해 마녀사냥과 같은 인격살인을 진행하고 있는 자들에 대한 신속한 수사와 사법적인 조치를 요구한다
‘한동대학생 부당징계 철회 공대위’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함께 가짜 뉴스 유포자에 대한 형사고소를 진행할 것이다. 또한 부당징계 피해 당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에 대해 강력히 대처할 것이며, 한 인간에 대한 인격살인이 곧 혐오이고 폭력임을 인지하길 강력히 요청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