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여성노동에 대한 차별을 강화하는 장시간 노동체제를 유지해서는 안 된다

- 주 52시간제 입법 관련 보완대책 당장 철회하라!

18일 정부는 ‘주 52시간제 입법 관련 보완대책’을 내 놓았다. 내년 1월로 다가온 중소기업(50-299인)의 주 52시간제 적용을 사실상 유예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노동시간 단축을 약속했던 정부의 입장을 급선회하는 것이다. 지난 9월 노동부는 이미 중소기업의 노동시간 단축 현장안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준비가 완료된 기업이 61.0%였고, 준비 중이라는 기업도 31.8%에 이르렀다. 이미 현장은 준비가 되어 있는데 정부는 '현장의 어려움’을 헤아린다 한다. 심지어 최장 주 64시간 근무를 가능케 하는 특별연장근로의 인가요건에 ‘경영상의 이유’, ‘일시적 업무량 증가’를 포함하겠다 발표했다. 이는 사실상 장시간 노동을 합법적으로 강화하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장시간 노동은 여성노동자가 안고 있는 심각한 차별을 심화시킨다. 한국사회 기본값의 노동자는 누군가의 온전한 돌봄을 받으며 장시간 임금노동에 매진하는 노동자이다. 현재와 같은 장시간 노동체제 아래에서는 가족을 돌보기는커녕 스스로도 돌볼 수 없다. 결국 가사와 육아, 가족돌봄 등 돌봄을 전담해야 하는 무급 돌봄노동자를 필요로 하게 된다. 한국사회는 전통적으로 그 역할을 여성에게 떠넘겨 왔다. 이는 모든 여성은 언제든 무급 돌봄노동자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강화시켜 왔다. 무급 돌봄노동자가 존재해야만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사와 육아, 가족돌봄의 전담자로서 상정된 여성은 임금노동자에게 당연히 요구되는 장시간 노동을 수용할 수 없다. 그 결과 여성은 장시간 노동이라는 기본값의 노동을 수행하지 못 하는 열등 노동자로 취급되어 왔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여성이 돌봄전담자로서 역할하기도 전에, 혹은 역할하지 않더라도 그럴 것이라는 가능성만으로 여성의 노동을 사전적으로 배제하고 저평가해온 것이다. 결국 장시간 노동은 채용과정, 교육, 업무배치, 노동경험, 승진까지 노동의 전 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온 것이다.

장시간 노동은 기본적으로 노동자의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뿐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또한 노동시장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을 강화한다. 현 정부는 최저임금에 이어 정규직 전환 정책에서도 노동존중사회의 약속을 파기해 왔다. 정부는 ‘누구의 어려움’을 돌보려 하는가. 지금 정부가 돌보아야 하는 이들은  이미 노동시간 단축 준비가 완료된 기업이 아니라 장시간 노동에 허덕이며 삶이 피폐해져 가고 있는 노동자들, 차별에 고통받는 여성노동자들이다.
 
2019. 11. 19
한국여성노동자회·서울여성노동자회·인천여성노동자회·광주여성노동자회·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부산여성회·전북여성노동자회·안산여성노동자회·부천여성노동자회·대구여성노동자회·수원여성노동자회·경주여성노동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