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반복되는 장애인시설 인권유린, 경주시는 언제까지 방관만 할 것인가? - 경주시는 장애인시설 인권유린 사태 책임지고 탈시설·자립생활 대책 즉각  마련하라!
 
지난 8월 5일, 경주시는 입소자 폭행과 비리문제로 논란이 된 혜강행복한집의 새 대표이사를 승인했다. 대표이사는 폭행 가해자인 전 원장의 장인이자, 현 시설 사무국장의 아버지이다. 즉, 경주시는 혜강행복한집 사태의 가해자 및 책임자와 친·인척관계에 있는 자를 대표이사로 승인한 것이다.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해산해야 할 이사회에서 추대한 대표이사라는 점에서, 또한 시설운영진과 이해관계를 가진 친·인척이라는 점에서 새 대표이사 체계는 이미 정당성이 없다. 따라서 경주시는 기존 이사회를 해체하고 퇴출시키는 조치를 취했어야 했지만, 새 대표이사를 ‘승인’함으로서 도리어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그간 시민사회는 장애인시설이 대표자의 친·인척 관계로 장악되어 사유화되는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지적해왔다. 마치 비리사학 재단처럼, 이해관계로 결속된 운영진들이 내부 문제를 은폐하고, 의사결정을 폐쇄적으로 진행하는 폐해가 수도 없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혜강행복한집 역시 마찬가지이다.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항의 끝에 전 원장은 사퇴했지만, 그는 자신의 배우자를 사무국장으로 앞세워 여전히 시설경영에 개입하고 있다. 또한 폭행가해자로서 시설과 분리되어야 할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사건발생 1년이 경과한 지금까지도 자유롭게 시설을 드나들고 있다. 우리는 입소자들이 폭행가해자에게 노출되고, 인권유린의 가해자 및 책임자들이 시설 운영에 개입함으로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의 책임은 전적으로 경주시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 

지난 10년 간 경주푸른마을, 사회복지지법인 상록수, 혜강행복한집에 이르기까지 경주지역 내 5개의 시설 중 3곳에서 심각한 인권유린 사태가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경주시는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행정의 권한이 없다.’며 수수방관해왔다. 이미 사회복지사업법에 근거하여, 시·도지사는 법인 임원의 해임을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법인이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사의 취임승인 역시 취소할 수 있다. 지자체가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법인설립 취소와 시설폐쇄 명령도 할 수 있다. 가까운 구미시의 경우, 2014년 불거진 장애인시설 인권유린 사태에 적극 개입하여 경상북도에 대표이사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고 공익이사진을 구성했다. 유사한 사례에서 구미시와 경주시의 대응이 다른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경주시는 차라리 솔직하게 고백하라! 권한이 없어서가 아니라 장애인시설 인권유린 사태 해결과 탈시설 대책마련의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닌가?

뿐만 아니다. 지난 7월 26일, 주낙영 경주시장과 이영성 부시장은 420경주공투단의 항의 끝에 수용시설 인권유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탈시설·자립생활 정책협의 개최’를 약속했다. 그러나 그간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하며 장애인시설 인권유린 문제를 키워온 경주시는 ‘시설 측 이야기도 들어봐야 한다.’며 시설 대표자와 관계자를 협의 구성원에 포함시키고 나섰다. 경주시는 시설을 앞세워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행위를 당장 멈춰야 한다! 경주시는 범죄시설의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사태를 해결해야 할 주체이지, 시설 뒤에 숨어 시민사회의 주장을 저울질하는 중재자가 아니다. 경주시는 중재자가 아닌 책임자로서 ‘탈시설·자립생활 정책협의’를 즉각 개최하고, 협의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산적한 장애인시설 인권유린 현안대책과 지역사회 자립생활 정책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책임 있는 계획을 제시하고, 이를 이행할 의지를 밝혀야 한다.

경주시는 또 다시 안일한 조치로 장애인시설 인권유린 사태를 반복하는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라! 장애를 가진 사람들 격리하고 차별의 공간으로 몰아냈던 수용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라! 우리는 경주시가 수용정책이 낳은 장애인시설 인권유린 사태를 책임지고, 필요한 모든 행정조치와 장애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역사회 조성에 책임을 다할 때까지 강력히 대응해나갈 것이다. 

 2019년  9월  23일


420장애인차별철폐경주공동투쟁단
(사)경상북도장애인부모회 경주시지부, 건천석산개발반대대책위원회, 겨레하나 경주지회, 경북노동인권센터, 경주시민당(준), 경주시민총회, 경주여성노동자회, 경주학부모연대, 경주환경운동연합, 노동당 경주시당, 민주노총 경주지부, 민중당 경주시당, 전국여성노동조합 대구경북지부, 참교육학부모회 경북지부, 참소리시민모임,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